왕지원 론(論)–조관용(미술비평가, 동국대 겸임교수)

모던이 물성을 통해 정신을 탐구하고, 포스트모던이 탈 물성을 통해 소통의 의미를 구현하고자 하였다면, 유전자 공학과 사이보그(cyborg, 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등의 연구들과 그 제품들이 하루가 다르게 시판되고 있는 현재에는 소통을 넘어 생명의 패러다임으로 그 시선을 향하게 하는 것이다.

왕지원의 천수관음을 닮은 사이보그 작업은 그 지점에 대한 논의를 도출시키고 있다. 그의 플라스틱 몸매와 천수관음의 인물상은 작가도 이야기했듯이 소설과 영화, TV, 만화, 게임 등은 물론 과학서적이나 문화이론가들의 저자에서도 일상화되어 있는, 머지 않은 미래에 사이보그기술을 통해 인간은 현재의 인간이 아닌 유한한 육체를 초월한 그 무언가로 변모하게 될 것이며, 그것을 통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신과 같은 존재로서 투영시키고 있다.

천수관음과 사이보그는 사이보그 유토피아적인 세계와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일까? 그의 붓다_Z 라는 작업과 천수관음의 모습은 얼핏 보면 인공지능의 창시자인 마빈 민스키나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인 한스 모라벡이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로서의 오는 진화된 존재로서 예찬하고 있는 사이보그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이러한 사이보그 작업에는 일종의 역설적 질문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인간의 육체를 사이보그의 몸으로 바꾼다고 자신의 실존을 깨달은 붓다나 중생을 구제하는 천수관음상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고통 없는 신체와도 같은 사이보그의 몸을 통해 유토피아적인 세계가 조만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사이보그 패러다임에는 마거릿 모스가 사이보그는 무엇을 먹는가?’라는 저술에서 지적하듯이 인간의 두뇌 세포는 실리콘으로 대체되고 그 내용물은 디스크에 저장하고 난 후에 거추장스러운 육체는 고기처럼 갈아서 폐기 처분되는 세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육체는 정신의 도구일 뿐이며, 혐오적인 대상에 불과한 것으로서 정신과 물질로 이분하고 인간 중심, 또는 이성중심의 사유에 기반을 두고 유토피아적인 세계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사이보그의 패러다임과 정신과 물질이 분리되지 않는 불교의 패러다임은 서로 상반되는 세계인 것이다.

인간의 몸은 사이보그적인 유토피아를 찾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처럼 고깃덩어리와 같이 쓸모 없는 것인가? 파동 역학을 발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에르빈 쉬뢰딩거의 말에 의하면 과학은 푸름과 붉음, 쓴맛과 단맛. 육체적 고통과 기쁨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도 말하지 못한다. 또한 미추, 선악, 신과 영원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나의 몸만이 아니라,친구의 몸, , 고양이, , 그 외의 모든 동물과 사람의 육체가 그 세상 안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 몸이야 말로 모든 것들과의 유일한 대화도구인 것이다.’ 이렇듯 왕지원의 작업은 사이보그에 대한 일종의 거리두기이며, 인간의 신체와 생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안고 있는 것이다.

 

조관용(미술비평가, 동국대 겸임교수)